호지킨 암으로 투병하던 유리안나, 의사로 첫걸음을 뗍니다.

  • 2003년 호지킨 암 투병 중 남양성모성지 순례, 성시간 참여하고 묵주기도 봉헌
  • 발병 1년 만에 종양이 사라짐
  • 의과 대학 졸업 후 첫 월급 탔다고 편지와 감사 예물 봉헌

  (월보 230호 게재)

 

+ 찬미 예수님

존경하는 신부님!

 

먼저 살아계신 하느님 아버지와 구원자이신 예수님, 우리 삶을 이끌어주고 계신 성령께 지극한 감사를 올립니다. 또한 위로자이시며 보호자이시고 전구자이신 성모님께도 감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신부님께도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신부님께서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2003년 호지킨이라는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던 유리안나의 엄마입니다. 당시 항암치료로 인하여 머리도 빠지고 기진한 상태의 유리안나를 데리고 남양성지를 방문하고 잠시 신부님을 뵈었었지요. 그때 미사는 이미 끝나 있었고 막 성시간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그 시간에 저희가 도착을 하였습니다.

 

유리안나의 사정을 잠깐 들으신 신부님께서는 기꺼운 마음으로 기도해 주시겠다고 하셨고 바닥에 앉아 있기도 힘든 유리안나를 위해 성전 제일 뒤쪽에 의자 하나를 마련해 주시고 거기에 유리안나를 앉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저는 아이 옆에 꿇어앉아 성시간 동안 내내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주님께 무언가 많이 말씀드리고 유리안나의 조속한 쾌유를 간절히 청하고 싶었는데 제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입 안에서 맴도는 소리는 오직 “아버지” 그 외마디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끝없이 흐르는 눈물, 그것이 제 기도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자비로우신 성모님과 함께 한 그 시간, 성모님께서 제 대신 주님께 말씀을 해 주셨나 봅니다. 성시간이 끝난 후 저희는 밖으로 나와 묵주알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묵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유리안나가 폐에 종양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몹시 숨차하기에 저는 묵주 1단만 하고 가자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리안나는 참을 수 있다며 쉬엄쉬엄 빛의 신비까지 20단을 땀을 흘려가며 다 마쳤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더 힘들어했지만, 그 상태에서 묵주 20단의 기도를 다 마쳤다는 데에 대해 매우 기뻐하였답니다.

 

그리고 발병한 지 1년 만에 종양이 사라져 더 이상 치료는 안 해도 되고 추후 검사만 하도록 되었습니다. 종양은 없어졌지만, 종양이 있던 부위에 통증은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통증도 어느 기회에 성령께서 깨끗이 치유해 주셨답니다.

 

이는 유리안나와 유리안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던 모든 분들의 간절한 기도를 성모님께서 하나도 버리지 않으시고 주님께 전구해 주셨음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제 7년이 지나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했고 취직도 하였습니다. 3월에는 첫 월급도 받았습니다.

 

저희 모두는 기쁘고 대견스러웠습니다. 저희는 이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첫 월급, 농사짓는 사람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소출 중에 맏물과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맏물 중에 반을 주님께 감사의 제물로 바치려고 합니다.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비하면 너무도 보잘것없지만, 이렇게라도 바칠 수 있게 해 주심을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땅 3평과 조각상 1구좌를 봉헌하려 합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언제나 어려운 자리에서, 힘든 자리에서 계시면서 저희들의 영혼이 나약해질 때, 격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보듬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동안에도 감사함에 목이 메며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언제까지나 자비하신 주님과 성모님의 손길이 신부님과 남양성지에 함께 머물러 계시길 기도합니다.

 

Deo gratias!!

2010년 3월 19일 성요셉 축일에 엘리사벳 드립니다.

 

ps.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리안나와 함께 꼭 한 번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은 유리안나가 그 어려운 의대 공부를 마치고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어 도저히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인턴은 3신이라 한답니다. 잠자는 데는 귀신, 먹는 데는 걸신, 일하는 데는 병신이라고요. 이제 의사로 첫걸음을 떼고 있는 유리안나를 위해 또다시 신부님께 기도 청합니다. 주님의 도구로, 주님 뜻에 합당한 의사가 되어 (본인처럼) 영육간에 아픈 이들의 등불이 되게 해주십사 하고요. 하루에 2시간 자는 것이 소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