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사 가브리엘의 청동 조각상

“크고 사실적으로 조각된 날개는 비행, 천상의 메시지 및 수호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청동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백합은 성모 마리아의 순결함과 성육신의 선포, 즉 아르칸젤의 핵심 주제를 불러오지요.”
- 작가 알바노 폴리
 

 

남양성모성지의 길을 따라 대성당 앞으로 다가가면 잔디밭에 놓인 청동 조각상 한 점이 시선을 붙잡는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지만,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한쪽 발을 들어 올린 형상은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늘에서 온 ‘소식의 전령’, 대천사 가브리엘의 청동 조각상이다.

 

이탈리아 장인 알바노 폴리의 2025년 작으로, 가브리엘의 얼굴은 고요하며 바람결처럼 흘러내린 옷의 주름은 멈춰 있는 형상 너머에 또 다른 움직임을 암시한다. 손에 들린 백합은 순수함과 사명을 상징하며, 가브리엘이 전한 복음의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다. 천연 산화물로 마감된 청동의 표면은 이 하늘의 존재가 흙과 바람, 빛 속에 조화롭게 스며들어 있음을 조용히 전한다.

 

전체 높이 3.3m에 이르는 <대천사 가브리엘의 청동 조각상>은 고대 밀랍 주조 기법(로스트 왁스)으로 정교하게 제작되었다. 얼굴과 손 일부 표면에는 부분적으로 광택을 더해 밝기와 깊이감을 강조했다. 손으로 빚어낸 섬세함과 손으로는 닿을 수 없는 신비 사이에서 우리는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오래된 질문 하나와 조심스레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알바노 폴리의 천사상은 베로나 대성당 앞에 놓인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리오 보타를 만나고 오는 길에 베로나를 방문한 이상각 신부는 모던하면서도 힘 있는 천사상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알바노 폴리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알바노 폴리는 마리오 보타가 지은 대성당이라는 말에 반가움을 표시하며 작업을 수락했다. “천사는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보내주신 선물과 같은 존재이자 메신저입니다. 그에 의존하고 기도하며 가까운 존재로 느끼길 바랍니다.”라는 이상각 신부의 바람처럼, 가브리엘 천사상은 남양성모성지를 방문하는 모든 이를 지켜주고 보호하는 존재로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대천사 가브리엘의 청동 조각상>, 2025, 청동, 수작업 도금, 로스트 왁스 주조, 전체 수작업, 총 높이 330cm(본체 240cm, 날개 90cm), 바닥 지름 약 150cm, 무게 약 500kg.

조각가 알바노 폴리
1935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태어난 알바노 폴리는 현대 성화 예술을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유리, 청동, 석재, 모자이크 등의 전통 재료를 다루는 장인이다. 베로나에 설립한 아틀리에 ‘프로제토 아르테 폴리’를 통해 50년 넘게 활동하며 전 세계 성당과 바실리카를 위한 조각 및 전례 공간 작품을 제작해왔다. 전통에 대한 깊은 존중과 영성, 그리고 시적인 비전을 담은 조형 언어로 신자들과 소통하는 그의 작품은 성스러운 형상으로서 예배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프로제토 아르테 폴리
프로제토 아르테 폴리는 이탈리아 베로나에 위치한 예술 공방으로, 유럽 전통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성스러운 공간을 위한 조형 예술을 이어가고 있다. 깊은 상징성과 전례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탄생한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조각을 넘어 신앙과 공간을 잇는 하나의 응답이자 기도로 자리매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