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성지 남양
우리나라 교회는 박해 시기부터 지금까지 성모님께 대한 깊은 신심과 애정을 지녀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모님에 대한 사랑을 기억하며 순례할 수 있는 순례지가 없습니다. 복음에 나타나는 성모님의 삶처럼 소박하고 이름이 없는 무명의 순교자들이 순교하신 순교성지이며, 성모님의 품처럼 아늑한 남양성지를 한국 천주교회의 성모 순례지로 만들고자 이곳에서 수원교구 및 남양순교성지를 성모님께 봉헌하는 봉헌식을 갖고자 합니다.
- 김남수 주교, 봉헌식 미사 강론 중
남양성모성지는 1991년 10월 7일, 로사리오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에 수원교구장 김남수 안젤로 주교에 의해 성모님께 봉헌되었으며, 한국 천주교회에서 처음으로 공식 선포된 ‘성모성지’가 되었다. 이는 박해 시대부터 이어져 온 성모님에 대한 깊은 신심과 순교자들의 믿음을 오늘날로 이어가는 뜻깊은 여정이었다.

이러한 선포의 배경에는 1980년대 중반을 전후해 전 세계적으로 평화의 희망이 피어나던 시대적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파티마 성모님께 드린 봉헌 이후, 동유럽 공산주의의 몰락과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이어지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남겼다. 시대적 변화는 묵주기도의 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일깨워 주었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장소의 필요성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이름 없는 순교자들의 땅, 순교지 남양이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의 터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성모성지로 선포된 이후, 남양에서는 매일 미사에 앞서 순례자들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묵주기도를 바쳐 왔으며, 24시간 끊이지 않는 묵주기도 고리 운동도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매주 토요일 ‘평화통일을 위한 묵주기도 100단’을 정례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남양성모성지는 오늘도 위로와 치유를 건네는 성지이자 성모님께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를 드리는 장소로 살아 숨 쉬고 있다.


